10/11/2014

Bike-n-hike shoes: 시마노 MT91 자전거/하이킹 신발 리뷰

지난번 바이크-앤-하이크 산행때 자전거 신발을 신고 급경사의 화산암 너덜지대를 오르느라 애를 먹은 뒤 자전거도 탈 수 있고 하이킹도 할 수 있는 신발을 찾아보았다.  신발의 Hike-ability와 Bike-ability는 서로 반대되는 특성을 요구하기 때문에 이 둘을 절충하는 것은 쉽지 않은 작업인 것 같다.

하이킹 신발과 플랫폼 페달은 클립리스 페달에 익숙해진 다리가 자꾸 페달을 벗어나 허공으로 날아가는 문제가 발생한다.  이 문제에 대한 해결책으로 반 앞꿈치 클립 (half toe clip)을 써봤는데 평지에서는 도움이 되지만 테크니칼한 오르막에선 문제 발생.  페달을 가난 놔두면 중력에 의해 클립이 아래로 내려가는 상태가 되는데 한쪽 발만 끼워서 자전거를 출발 시킨 뒤 다른 한쪽 발은 페달을 더듬어서 뒤집고 클립에 끼워야 하는데 오르막에서는 페달을 밟기에 바빠서 클립에 끼울 겨를이 없다는 것이 문제이다.  더구나 페달이 뒤집힌 상태에서 운행을 하다보면 페달과 지면과의 간격(clearance) 문제가 생긴다.


하이킹과 바이킹이 둘 다 가능한 신발이 없을까 찾다가 발견한 신발이 바로 시마노의 MT91. 뒷꿈치 쪽을 깊이 판 것이 좀 이상하기는 하지만 일단 겉보기에는 등산화처럼 생겼다.


바닥은 향수어린 비브람(Vibram) 창.  80년대에 한국에서 산에 다녔던 사람들은 이 향수가 어떤 것인지 알 듯.  


이 신발이 자전거 전용신발과 구별되는 가장 큰 특징은 이것이다.  바닥이 구부러진다는 것. 자연스럽게 걸으려면 발바닥의 굴곡을 따라서 신발 창이 구부러져야 한다.  자전거 신발은 걷는 동작을 크게 고려하지 않고 페달에 동력을 전달하는 효율을 중시했기 때문에 뒷꿈치부터 앞꿈치까지 뻣뻣한 통굽 창을 쓴다.  그나마 조금 배려한 것이 앞꿈치를 살짝 말아 올려서 흔들의자 (rocking chair)의 흔들이(rocking) 동작과 비슷한 방법으로 걸을 때 뒷꿈치가 들리는 동작을 흉내낸 것이다.  


 MT91은 등산화답게 뒷꿈치가 땅에 닿는 뒷굽을 평평하고 넓게 만들어서 뒷꿈치가 옆으로 굴러 발목을 접질리는 위험을 줄였다.  보통 자전거 신발의 뒷꿈치와 비교하면 그 차이가 분명하다.


이 신발을 신고 페달을 밟아본 느낌은 이렇다.  신발의 발바닥 볼이 조금 넓은데 크랭크 암(crank arm)과 신발 사이의 간격은 그대로 유지해야 하기 때문에 클릿의 위치가 신발의 중심보다 약간 안쪽으로 들어간 느낌이 있다.  이건 금방 익숙해지고 익숙해지고 나면 문제가 안된다. 바닥이 충분히 딱딱하지 않아서 페달의 감촉이 살짝 느껴진다.  크게 불편하지는 않지만 왜 자전거 신발이 딱딱한 밑창을 선호하는지 피부로 느낄 수 있다.  발목까지 신발끈을 조이고 나면 자전거를 타기에는 약간 둔중한 느낌이다.

걷는 느낌은 하이킹 전용 신발보다는  떨어지지만  겨울용 등산화보다는 훨씬 가볍고 편한 느낌이다.  발바닥이 이보다 조금만 더 유연했으면 싶기는 하지만 걷기에 거슬릴 정도는 아니다.

이 신발은 자전거용으로도 완벽하지 않고 하이킹용으로도 완벽하지 않다.  그러나 두가지 목적 겸용 신발이 주는 사소한 불편함의 총합이 신발 두켤레를 메고 가야 하는 불편함의 총합보다는 훨씬 적다는 것은 분명하다.

이 신발은 두꺼운 등산양말을 신을 것을 고려해서 자전거 전용 신발보다 한 칫수 큰 것을 장만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누군가의 인터넷 리뷰을 보고 한 칫수 큰 것을 주문했는데 그러지 않았더라면 하이킹 때 너무 꽉 낄 뻔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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