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21/2014

산악자전거에 관하여 (1)

산악자전거의 즐거움

현악기의 피지카토처럼 돌에 퉁길 때마다 경쾌하게 울리는 타이어의 소리 , 숲과 초원을 가로지를 때 귓바퀴에 긁히는 바람 소리, 고막의 안쪽에서 직접 듣는 심장의 고동 소리를 듣는 즐거움. 산길을 돌아 나올 때마다 펼쳐지는 파노라마의 아름다움. 깊숙한 원시의 야생에서 느끼는 자유.  이런 것들이 산에서 자전거를 타는 이유이다.

자전거 타기는 명상의 한 방법이기도 하다. 산에서 자전거를 타는 동안에는 마음속에서 끊이지 않던 소음과 잡음이 일제히 사라지는 고요과 평화 속에서 몸과 자전거의 움직임과 나를 둘러싼 환경에 완벽하게 집중하는 몰입을 경험한다.

자전거타기는 중독성이 있다.  달리기에 중독되는 것처럼 자전거를 타는 사람들도 ‘런너스 하이’(runner’s high)라는 도취상태를 경험한다. ‘달리기 도취’는 비단 달릴 때 뿐만 아니라 자전거 타기, 등산, 노젓기같은  고강도의 심폐지구운동을 지속할 때 고통을 잊을 수 있도록 뇌가 내부로부터 엔돌핀 (아편의morphine과 유사한 물질.  다른 설에 의하면 대마초와 유사한 성분인 endo-cannabinoids)이라는 향정신성 약물을 만들어내기 때문이라고 알려져있다.  혹시 달리다가 “아! 이대로 좋다!”하는 행복감에 빠져 본 적이 있는가?  그러면서 길가의 돌멩이 하나, 풀 한포기, 나무 한그루가 모두 아름답다고 느껴 본 적이 있다면 달리기 도취를 경험해 본 것이다.

이런 도취상태를 겪고 나면 그동안 살면서 쌓아 둔 스트레스가 일시에 날아가고 마음이 긍정적인 에너지와 자신감으로 채워지는 느낌이 든다.  산악자전거를 타는 사람들은 이것을 ‘산뽕’이라고 부르기도 한다.  뇌의 자연적 작용에 의한 도취는 약물 남용과는 달리 합법적이고 부작용이 없으며 몸과 마음의 건강에 이롭다. 이렇게 주기적으로 스트레스를 털어내야 마음속에 새로운 스트레스를 받아들일 공간이 생기고 생활의 도전을 기꺼이 받아들일 에너지가 생긴다. 자전거 타기는 마음속의 노폐물을 제거하고 배터리를 재충전하는 마음 운동이기도 하다.

우리가 사는 샌프란시스코 베이 지역은 산악자전거라는 새로운 방식의 자전거타기가 하나의 스포츠 종목으로 태어난 곳이다. 아마 이 지역의 기후와 지형은 산악자전거를 위한 천혜의 조건이었기 때문에 자연스럽게 저 언덕에 올라가서 자전거를 타보면 어떨까하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일 것이다.  베이 지역을 둘러 싸고 해안과 내륙으로 뻗어 있는 부드러운 산맥의 능선과 계곡들.  그런 산과 계곡을 오픈 스페이스 프리저브(Open Space Preserve)나 카운티공원, 주립공원 등의 공유지로 보존하면서 개발을 제한하고 자연을 보존하면서 하이킹이나 산악자전거 같은 주민들의 레크레이션 활동 공간으로 제공하는 지방자치단체간의 협력체계는 환상적인 자전거타기 환경을 만들어준다.

대륙의 서쪽 해안지역, 북위 또는 남위40도 안팎의 중위도 지역에만 존재하는 지중해성 기후는 지구상 육지의 2%도 안되는 면적만 누릴 수 있는 호사이다. 그중에서도 샌프란시스코 베이 지역은 지중해지역의 뜨거운 여름과는 달리 태평양 한류를 스치면서 알맞게 식혀진 편서풍이 자연의 에어컨이 되어 온화한 겨울과 시원한 여름 날씨의 특혜를 누리고 있는 최고의 지중해성 기후 지역이다.  지중해성 기후의 특혜는 일년내내 자전거타기와 같은 야외활동이 가능하다는 것이다.  베이지역과 같은 위도상에 있는 서울의  겨울 칼바람과 여름 무더위를 생각해보면 여기서 사는 것이 자전거 타는 사람들에게는 축복과 특권임이 분명하다.

대낮에도 어둡게 하늘을 덮은 해안 산맥의 레드우드 숲, 침엽수 숲, 만자니타(manzanita)와 떡갈나무 지대를 거쳐 초원과 샤퍼럴(chaparral), 파도 부서지는 해안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식생과 풍경을 한나절의 자전거 라이드로 다 경험해볼 수 있는 곳이 베이지역이다.  

캘리포니아 주립공원으로 두 번째로 큰 면적을 자랑하는 헨리 코(Henry Coe) 주립공원에서는 총연장 수백마일의 소방도로와 싱글트레일이 모두 전천후 24시간 산악자전거에 개방되어있다.  여기서 불과 몇 시간만 차를 타고 가면 시에라 네바다 고산지대에 보석 같은 산악자전거 트레일들이 흩어져 있다.  광대한 타호(Tahoe) 호수를 굽어보는 능선을 따라 연결된 총연장 165마일에 이르는 타호 림 트레일(Tahoe Rim Trail)도 그 중의 하나이다.

다른 나라 또는 미국 내에서도 다른 지역의 열악한 지형과 환경에서 산악자전거를 타 본 사람이라면 베이지역이 산악자전거의 낙원이라는 것이 전혀 과장이 아님을 안다.  그 낙원에는 자전거를 탈 줄 알면 누구나 들어갈 수 있다.

도로자전거가 마라톤과 비슷하다면 산악자전거는 등산이나 트레일 달리기(trail running)와 비슷하다.  자전거는 사람의 힘으로 움직이는 가장 효율적인 이동수단이다.  자전거를 타면 걷거나 뛰어서 이동하는 거리보다 세배에서 다섯배 정도 멀리 갈 수 있다.  마라톤에서 26마일을 뛰는 정도의 에너지를 써서 도로 자전거는 100마일이 넘는 거리를  어렵지 않게 주파할 수 있다.  센추리 마일 라이드(century mile ride)를 주말마다 하는 자전거 라이더는 많이 볼 수 있어도 풀코스 마라톤을 주말마다 뛰는 런너는 흔하지 않다.  란도너(Randonneur)또는 브레베(brevet)라고 부르는 장거리 자전거 경기에서 600km는 정규종목이고 심지어는 1,200km 이상을 달려야 하는 종목도 있다.  보통 사람들이 비행기로 여행하는 거리를 자전거로 주파하는 것을 예삿일로 여기는 사람들이 있다.

마라톤과 와 도로자전거 타기의 비례관계는 하이커와 산악자전거 관계에서도 성립한다.  하이커가 산에서 하루 10마일을 이동하는 시간과 에너지로 산악자전거는 같은 트레일에서 대략40 마일을 이동할 수 있다.  하이킹으로 하자면 이박삼일 시간을 내어야 다녀올 수 있는 거리를 산악자전거를 타면 당일산행으로 여유있게 다녀올 수 있다.  산악자전거를 타면 하이킹으로는 엄두가 나지 않던 깊은 야생의 오지를 자유롭게 돌아다닐 수 있다.

산악자전거 입문

자전거타기는 자전거와 라이더로 구성된다.  먼저 더운 피와 뼈와 근육을 가진 라이더가 있어야 하고 그 라이더가 탈 자전거가 있어야 한다.

라이더는 자기 몸무게와 자전거를 합친 무게를 다리 근육의 힘으로 중력을 거슬러서 산 위로 운반할 수 있는 동력을 낼 수 있어야 한다. 쉽게 말하자면 자전거를 타고 언덕길을 오를 수 있어야 한다.  언덕길은 어디에 있는가? 베이 지역에 산다면 대개 집 가까운 곳에 카운티 공원이나 오픈 스페이스 프리저브가 있기 마련이다.  아래는 사우스 베이 지역에서 주거지와 인접한 곳에 있는 산악 자전거 트레일을 갖춘 공유지의 목록이다.

Almaden Quick Silver County Park, San Jose
Santa Teresa County Park, San Jose
Alum Rock Park, San Jose
Sierra Azul Open Space Preserve, San Jose – Los Gatos
El Sereno Open Space Preserve, Los Gatos
Fremont Older Open Space Preserve, Cupertino
Astradero Open Space Preserve, Palo Alto
Windy Hill Open Space Preserve, Portola Valley
Pleasanton Ridge Regional Park, Pleasanton
Harvey Bear Ranch County Park, Gilroy

공원마다 규칙이 조금씩 다를 수 있다. 어떤 곳은 모든 트레일이 자전거에 개방되어 있고 어떤 곳은 싱글트레일에선 하이킹만 허용하는 곳이 있다.  싱글 트레일에서도 자전거에 개방된 곳이 있고 하이커만 다닐 수 있도록 제한 된 곳도 있다.

공원 레인저의 단속에 걸려서 벌금 딱지를 떼이기 싫으면 자전거를 타기 전에 트레일 규칙과 제한사항을 잘 이해해두는 것이 좋다.   트레일 사용의 우선 순위도 잘 알고 있어야 다른 사용자에게 민폐를 끼치지 않는다.

하이킹, 승마, 자전거가 모두 허용된 멀티 유즈 트레일 (multi-use trail)에서는 말을 탄 사람이 항상 우선권을 갖는다.  말을 탄사람을 만나게 되면 기수가 허락하기 전까진 멈추어서 길옆으로 비켜서서 지나가기를 기다려줘야 한다. 말은 기수의 마음대로 움직이지 않을 때가 있고 자전거를 보고 놀라서 돌발행동을 할 수도 있다. 말이 놀라서 내달리거나 기수가 말에서 떨어지거가 하는 경우에는 중대한 사고로 연결될 수 있기 때문에 우선순위를 주는 것이다.  

다음의 우선순위는 하이커이다.  조용히 자연의 아름다움을 즐기며 걷는 하이커에게 돌진하여 흙먼지를 잔뜩 일으켜놓고 쏜살같이 지나쳐가는 산악자전거가 달가울 리가 없다.  대부분의 하이커들은 자전거에게 먼저 길을 양보하지만 트레일 사용의 우선순위는 하이커에게 있다는 것을 명심하고 합당한 예의를 갖추어야 한다. 자전거와 하이커가 서로 마주보고 만나는 경우는 별 문제가 없다.  서로 존재를 인식하고 있고 어디서 서로 비켜줄지를 생각할 수 있기 때문이다.  더 곤란한 경우는 천천히 걸어가는 하이커의 뒷쪽에서  자전거가 접근할 때이다.  소리없이 접근했다가 하이커를 화들짝 놀라게 하는 경우가 많다. 놀란 사람도 민망하고 놀라게 한 사람은 더 미안하다.  앞에 하이커의 뒷모습이 보이면 먼거리에서부터 목소리를 내어 자전거가 접근하고 있다는 것을 알려주어야 한다.

자, 이제 산악자전거를 타보기로 결심하고 첫 라이드에 나섰다고 치자.  중학교 다닐 때 자전거로 통학한 이후에 수십년만에 자전거를 처음 타보는 사람이라면  약 30분 이내에 좌절할 가능성이 높다.  오르막길 불과 수백 미터 만에 숨은 턱에 차고 다리는 후들거리고 피가 근육으로 다 몰리면서 머리엔 산소공급이 안되어 어지럽고 울렁거린다.  자전거를 세우고 잠시 쉬어보지만 어지럼증은 오히려 더 심해진다.  그동안 다리 근육이 움직일 때마다 쥐어 짜줘서 심장으러 돌아오던 피가 다리의 운동이 멈추면서 근육에 스폰지처럼 배여든 채 돌아오지 않게 되어 일시적 빈혈상태가 되기 때문이다.  얼굴은 창백해지고 곧 쓰러질 지경이 된다.  이 땐 앉거나 누워서 머리를 낮게 하고 다리를 높게 들어줘서 다리에 몰린 피가 심장으로 돌아가도록 도와주면 금방 회복이 된다. 이런 일을 겪고 나면 대부분의 사람들은 “난 산악자전거를 탈 체력이 못 되나 봐”하면서 포기하기 쉽다.  하지만 이것은 나이와 체력에 관계없이 신체에 갑작스러운 운동부하가 걸릴 때 나타나는 자연스러운 현상이다.  우리 몸의 모든 기관은 사용하는 만큼만 유지한다.  그 전까지 몸에 그런 운동 부하가 걸려본 적이 없었기 때문에 신체가 충분한 동력을 내도록 적응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다행인 것은 우리의 몸이 환경에 빨리 적응할 수 있다는 점이다.

첫 번째 라이드가 가장 고통스럽다.  오늘 한번 주저앉았다고 포기하지 말고 다음날, 그 다음날도 또 시도하다보면 며칠 안에 정상에 선 자신의 모습을 발견할 수 있을 것이다.  매일 계속한다면 한 2주쯤 뒤엔 첫날 내가 이정도 오르막에서 그렇게 힘들어 했던가 아련한 추억처럼 되돌아보게 될 것이다.  물론 그 동안 다리의 근육에 알이 배기고 풀리고를 반복하는 동안 손상된 근섬유가 증식을 자극하면서 충분한 근육도 생겼을 것이고 동맥의 신축성이 좋아져서 늘어난 혈류량을 감당할 수 있게 되고 폐활량도 늘고 핏속의 적혈구 숫자도 늘면서 자동차로 치면 엔진의 출력이 업그레이드 되었을 터이다.

이렇게 심폐지구력 운동을 계속하면 몸에 긍정적인 변화가 생긴다.  좌심실의 용적이 커지고 심실을 둘러싼 근육이 강화되면서 심장이 한번 박동 때 내보내는 혈액의 양(심박출량)이 늘어난다.  운동부하에 대한 적응의 결과로 생긴 심장근육증가는 운동선수심장(athlete’s heart)또는 스포츠 심장이라고 하여 병적인 비대심근증과는 구별된다. 심장이 천천히 뛰어도 몸에 필요한 충분한 피를 공급할 수 있게 되므로 휴식 맥박수가 떨어지게 된다.  보통사람의 휴식 맥박수는 분당 60-70회이지만 황영조는 선수생활 절정기에38회, 랜스 암스트롱은 32회까지 기록한 적이 있다.  동맥의 탄력성이 늘어남에 따라  혈류에 대한 저항이 줄어들어고 운동을 하는 동안 스트레스가 해소되면서 자율신경의 긴장이 완화되면서 혈압이 떨어진다.  근육의 근섬유가 많아지고 굵어지면서 근육에 글리코겐을 저장할 수 있는 용량이 늘어나서 지치지 않고 더 멀리 더 오래 운동을 지속할 수 있게 된다.  혈당을 더 빨리 더 많이 클리코겐으로 변환시킬 수 있게 되어 세포의 인슐린 수용체가 늘어나게 되므로 혈당조절능력이 향상된다.  즉 당뇨병의 위험이 줄어든다.  자전거타기는 고혈압, 당뇨, 혈관질환 같은 성인병 위험을 낮추는 효과가 있다.

산악자전거를 타는 것이 꼭 신체에 긍정적인 변화만 가져오는 것은 아니다.  산에서 힘겨운 하루를 보내고 난 후의 갈증과 허기 상태에서 시원한 맥주의 유혹을 참을 수 있는 사람은 많지 않다.  이 맥주가 이렇게 맛있었던가 새로운 발견을 하게 될 것이다.  산악자전거를 타다가 동네 주조장들을 탐방하러 다니는 맥주 스납(snob)의 길에 빠지기도 한다.

험한 지형에서 자전거를 타다보면 넘어지는 것도 흔히 있는 일이다.  오른쪽 종아리가 체인링(chainring)에 찍힌 상처로 체인링문신(chainring tattoo)을 하고 다니는 것은 예삿일이다. 넘어져도 가벼운 찰과상이나 타박상으로 그친다면 다행이지만 뇌진탕이 생기거나 뼈나 인대를 다칠 수도 있고 심하면 몸에 영구적 손상을 입거나 목숨을 잃을 수도 있다.  산에서 자전거를 탈 때는 항상 자기 체력과 기술로 감당할 수 있는 위험의 한계를 인식하고 있어야 한다.  그 한계를 넘어서면 사고가 생긴다.

약 2주정도의 연습으로 산에서 어지간한 경사의 오르막을 큰 고통 없이 오를 수 있게 되면 산길을 마음대로 돌아다닐 수 있는 이동의 자유를 얻은 것이다.  도로의 경사도는 수평이동거리당 수직이동거리를 백분율로 환산한 퍼센트 수치, 즉 경사각의 탄젠트로 표기한다.  수평거리 마일당 수직거리 1천 피트를 오르는 경사를 숙련된 산악라이더가 지속등반 가능한 경계치라고 본다.  퍼센트 그레이드로는 18.75%이고 경사각으로 환산하면 10.6도이다.  이 정도의 오르막을 지속해서 오를 수 있게 되면 베이지역에 있는 산악자전거 코스는 대부분 돌아다닐 수  있는 체력이 만들어졌다고 볼 수 있다.  실제로 베이지역의 산악자전거 트레일은 대부분 경사가 이보다 훨씬 완만하다.   경사가 급한 한국의 등산로와는 달리 베이지역의 트레일들은 말을 타고 다닐 수 있도록, 비가 와도 급히 침식되지 않도록 10% 안팍의 완만한 경사로 만들어져 있어서 자전거로 쉽게 다닐 수 있도록 되어있다.

몸의 적응력은 양날의 칼이다. 약2주정도만 꾸준히 연습하면 산악자전거를 타기 위한 몸이 만들어지지만 2주를 쉬면 몸은 금방 예전으로 돌아가버린다.  산악자전거를 타려면 주말뿐 아니라 주중에도 주기적으로  산을 오르면서 체력을 유지해야 한다.  집에서 가까운 곳에 산악자전거 트레일이 있다면 일과를 시작하기 전 아침이나 일과를 마친 후 저녁에 한시간 이내에 돌아올 수 있는 짧은 코스를 선택하여 매일 한번씩 다녀오는 것도 권할 만 하다.  

돈을 내고 짐(gym)에 등록하여 트레드밀이나 고정식 자전거에서 다람쥐처럼 쳇바퀴운동을 하는 것보다는 뒷산의 언덕을 자전거로 오르는 것이 훨씬 보람이 있다.   돈들이지 않고, 맑은 공기를 마실 수 있고, 훨씬 효율적인 심폐지구력 운동이 되고,  팔다리 엉덩이 허리 근육 단련을 할 수 있다.  산악 자전거타기는 다리를 쓰는 지구력운동이라는 점에서 등산이나 달리기와 비슷하지만 걷거나 달리는 것과 달리 관절에 충격이 없다는 점이 다르다 (넘어지지만 않는다면). 도약과 착지를 반복하는 달리기와 달리 자전거타기는 크랭크를 돌리는 부드러운 회전운동이기 때문이다.  혹시 달리기를 하다가 발목이나 무릎의 관절에 부상을 입거나 족저근막염, 장경인대염같은 근골격계 증상으로 달리기를 중단한 사람들에게는 자전거타기가 좋은 대체운동이 될 수 있다.  

산악자전거의 종류와 선택

산악자전거에는 일반 자전거또는 경주용 도로자전거와 구별되는 몇가지 눈에 띄는 특징이 있다.  일자로 쭉 뻗은 핸들바, 오동통하면서  깍두기같은 트레드가 있는 두꺼운 바퀴, 모터싸이클과 같은 서스펜션 포크, 디스크 브레이크 등이다.

앞바퀴가 돌이나 나무뿌리에 부딪쳐 좌우로 흔들리는 험한 지형에서도 진행방향을 안정적으로 유지하려면 팔을 넓게 벌려서 핸들바를 단단히 잡아야 한다.  한일자로 쭉 뻗은 핸들바를 쓰는 이유이다. 도로 자전거와 비교하면 산악자전거 핸들바는 또다른 특징이 있다.  스템(stem)이라고 부르는 회전축과 핸들바를 연결하는 막대의 길이가 그것이다.  도로자전거는 12mm정도의 긴 스템을 쓴다.  핸들바는 스템에 물린 곳에서 더 앞으로 돌출되어있다.  브레이크 후드( hood)를 잡고 타는 경우에는 손의 위치가 스템으로 부터도 훨씬 더 앞으로 나가게 된다.  이렇게 팔을 앞으로 쭉 뻗어서 핸들바를 잡는 자세는 직진성은 좋지만 방향전환을 하려면 어깨를 좌우로 움직여야 하기 때문에 민첩한 방향전환은 어렵게 된다.    

산악 자전거는 짧은 스템을 써서 핸들바의 중심이 회전축에 가까운 곳에 놓이게 되므로 어깨를 움직이지 않고 팔만 사용하여 급하게 방향을 바꾸기가 쉽다.  자동차의 스티어링 휠을 두 손으로 잡는 것으로 비유하자면 도로 자전거는 11시 1시 방향으로 휠을 잡은 것이고 산악자전거는 9시 3시 방향으로  잡은 것이라고 볼 수 있다. 스템의 길이는 크로스 컨추리 자전거에는 90mm전후로 조금 긴 것을 쓰고 다운힐 자전거에는 50mm이내의 짧은 것을 쓴다.

산악자전거는 풍선처럼 두툼한 타이어에 30psi(pound per square inch)전후의 말랑말랑할 정도의 압력으로 공기를 넣게 되어있다. 도로자전거 110psi정도의 고압으로 돌처럼 딱딱하게 된 타이어를 쓰는 것과는 큰 차이가 있다.  타이어의 압력이 높아지면 접지면이 작아지고 바퀴가 구를 때 생기는 구름저항이 줄어들어 속도를 높힐 수 있다.  산악자전거는 속도보다는 접지력과 충격흡수를 중시한다.  압력이 낮은 타이어는 지표면의 굴곡을 따라 타이어의 접촉면이 변형되면서 지형을 움켜쥘 수 있다.  타이어 표면의 깍두기 트레드는 그 모서리가 스케이트의 날처럼 지면을 잡아서 미끄러지지 않게 한다.  타이어 측면으로 더 많이 튀어나온 트레드는 타이어가 경사면에 서거나 기울면서 방향을 전환할 때 옆으로 미끄러지지 않게  잡아주는 역할을 한다.

서스펜션 포크는 계단처럼 낙차가 있는 지형을 지날 때 팔에 오는 충격을 완화시킨다.  이게 없다면 팔이 아픈 것은 둘째치고 자칫하면 핸들바에서 손을 놓쳐서 낙차할 수도 있다.  이보다 더 중요한 포크의 역할은 앞바퀴가 항상 땅에 붙어있도록 하는 것이다.  자전거가 균형을 잡을 수 있는 이유는 넘어지려고 할 때 앞바퀴를 써서 자전거의 진행방향을 바꾸므로써 넘어뜨리려는 힘과 반대방향의 힘을 만들어내기 때문이다.   앞바퀴가 땅에 붙어있지 않고 공중에 떠있는 동안에는 자전거의 조종이 불가능하다. 포크의 한쪽은 공기 실린더와 피스톤으로 구성된 공기용수철(air spring)이고 다른쪽은 용수철의 에너지를 흡수하는 감쇄장치이다. 공기용수철을 쓰는 이유는 알루미늄 실린더에 채운 공기가 강철로 만든 용수철보다 가볍기 때문이다.  외부의 압력에 의해 단열팽창과 수축을 하는 기체는 용수철과 똑같은 작용을 한다.  포크가 용수철로만 되어있다면 한번 계단을 뛰어내린 자전거는 계단을 지난 다음에도 트렘폴린에서 뛰는 사람처럼 반복해서 하늘로 튀어 오르게 될 것이다.  이 진동을 멈추기 위해서 감쇄장치가 필요하다.

감쇄장치는 병원에서 쓰는 주사기처럼 작동한다. 포크가 수축하거나 복원될 때 주사기안데 들어있는 점도 높은 서스펜션액(suspension fluid)이 작은 구멍을 억지로 통과하면서  운동에너지를 흡수한다.  서스펜션 포크는 물리적으로는 용수철에 감쇄장치가 달린 감쇄진동자(damped oscillator)이다. 진폭을 감쇄시키는 속도가 진동자의 고유진동수보다 빠르게 작용하면 바퀴가 용수철의 반발력에 의해 공중으로 다시 튀어 오르지 않고 항상 땅에 붙어있게 만들 수 있다.  즉 울퉁불퉁한 지면을 지나면서도 자전거를 항상 조종이 가능한 상태로 만들 수 있다.  안락한 승차감은 보너스로 따라온다.  서스펜션액이 통과하는 구멍은 밸브장치로 되어있어서 수도꼭지처럼 돌려서 자기 스타일에 맞게 감쇄정도를 조절할 수 있게 되어있다.   

그러면 이런 좋은 장치를 도로자전거에서는 왜 쓰지 않는가?  첫째, 장치가 무겁고, 둘째, 매끈한 포장도로를 달리는 도로자전거에는 낙차가 큰 점프가 필요하지 않고, 세째, 감쇄장치는 자전거의 수평방향 운동에너지와 페달을 밟는 에너지도 일부 감쇄시켜서 에너지 효율을 떨어뜨리기 때문이다.  산악자전거의 서스펜션 포크에 잠금장치가 있는 이유이다.  서스펜션액이 지나가는 구멍을 틀어 막아버리면 포크가 압력이 가해져도 수축하지 않는 딱딱한 막대처럼 행동하게 된다.

요즘 싸이클로크로스나 도로자전거에도 천천히 도입되고 있는 디스크 브레이크는 그전까지는 산악자전거의 전유물이었다.  산악자전거가 유압식 디스크 브레이크를 거의 반드시 써야만 하는 이유는 첫째,  손가락의 작은 힘으로 강력한 제동력을 낼 수 있다는 것, 둘째, 브레이크를 쥐는 힘을 살짝 더 주거나 덜 줄 때 제동력이 반응하는 충실도가 뛰어나다는 점, 세째,  브레이크가 물에 젖은 상태에서도 변함없는 제동력을 발휘한다는 점, 네째, 장거리의 급경사 내리막에서 오랫동안 브레이크를 사용해도 타이어로 열이 전달되어 터질까봐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는 점이다.  이런 정교하고 강력한 브레이크가 없었다면 산악자전거가 지금같은 기동성을 보이기 어려웠을 것이다.  그런데 이런 좋은 브레이크를 도로 자전거에 쓰지 않는 이유는 무엇일까?  첫째, 도로 자전거는 강력한 제동력이 필요하지 않다.  제동이 강력하면 금방 바퀴에 락이 걸려서 바퀴가 미끄러지기 시작한다.  바퀴가 구르지 않고 미끄러지게 되면 조종이 어려워진다.  둘째, 디스크와 유압 실린더 장치가 너무 무겁다. 새째, 디스크 브레이크는 림브레이크와는 달리 바퀴축을 잡아서 회전을 멈추는 장치이다. 즉 축과 림사이에 강력한 토크(torque), 즉 비틀림이 발생하게 되는데 이 비틀림에 견디도록 허브의 직경을 키워야하고 바퀴살을 더 많이 넣고 서로 엇갈리도록 레이싱(lacing)을 해줘야 한다.  이러다보면 전체적으로 무거워지고 공기저항도 늘어서 속도를 중시하는 도로자전거에는 맞지 않기 때문이다.

지금까지 일반 자전거와 비교되는 산악자전거의 공통적 특징을 살펴보았다.  그런데 산악자전거는 종류가 한가지만 있는 것이 아니다.  오히려 도로 자전거는 가격 차이만 있을 뿐 다 그게 그거같은데 산악자전거는 여러가지 모양이 있고 생긴 것도 다 제각각이다.

산악자전거를 시작해보려고 생각하는 사람이 가장 궁금하게 생각하는 것은 어떤 자전거를 장만해야 하는지 일 것이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베이지역에서 크로스컨추리 스타일의 라이드를 지향하는 사람이 산악자전거를 단 한대만 장만하겠다고 하면  풀서스펜션 (full suspension) 트레일바이크 (trail bike)급의 자전거를 권한다.

산악자전거도 지금까지 시장에서의 경쟁과 라이더들이 자전거를 타는 스타일에 따라서 해마다 진화를 거듭해왔는데 최근의 산악자전거는 크게 아래와 같은 다섯가지 유형으로 나눌 수 있다.  (1)에서 (5)로 갈수록 차체가 무거워지고  오르막에서의 속도가 느려지는 대신 험한 지형과 낙차가 큰 점프를 소화할 수 있고 승차감과 안정성이 좋아진다.  

(1) 하드 테일 크로스 컨추리 (Hard tail cross country)
(2) 풀 서스펜션 크로스 컨추리 (Full suspension cross country)
(3) 트레일 바이크 (Trail bike)
(4) 올마운틴 (All mountain)
(5) 다운힐 (Down hill)

경제적으로 여유가 있고,  많은 자전거들을 보관할 공간도 넉넉하고 ,  다섯대의 자전거를 닦고 조이고 기름쳐가면서 유지보수할 시간적 여유까지 있다면 산악자전거를 종류별로 다 갖춰두고 골라가면서 타는 것도 좋겠다.    그렇지 않고 한대만 가지고 타겠다고 한다면 베이지역에서는 트레일 바이크급의 자전거를 장만하는 것이 효용성이 가장 높다.  여기서 가벼움과 속도를 중시한다면 크로스컨추리 쪽으로, 점프와 험한 내리막을 타는 즐거움을 중시한다면 올마운틴 쪽으로 한단계씩 움직이면 되겠다.

(1) 하드테일 크로스컨추리 (Hard Tail Cross-Country) 


앞 바퀴에는 80-100mm (3 ~ 4 inches) 이내 신축거리의 서스펜션 포크가 장착되어 있고 뒷바퀴는 프레임에 고정된 방식이다.  구조가 간단하여 자전거를 가볍게 만들 수 있고 라이더의 페달에 대한 반응이 빨라서 가속력이 뛰어나고 페달을 밟을 때 차체가 위아래로 움직이는 바빙(bobbing)에 의한 에너지 손실이 없어서 동력전달이 충실하다.  또한 앞 바퀴에 장착된 서스펜션 포크마저도 잠금 장치가 있어서 업힐시에는 보통 잠그고 다운힐에서는 풀고 탄다. 소방도로같은 평탄한 지형의 오르막에서 속도를 내는데 유리하다.  지형이 험하고 낙차가 있는 곳을 지날때는 두 다리를 서스펜션으로 써서 충격을 흡수해야 한다.  내리막에서 승차감이 나빠서 재미는 덜하지만 기록을 다투는 크로스 컨추리 산악자전거 경주에 나간다면 알맞은 자전거이다.

(2) 풀서스펜션 크로스컨추리 (Full Suspension Cross-Country) 



앞 바퀴에는 100-120mm (4-5inches) 신축거리의 서스펜션 포크가 장착되어 있고 뒷바퀴에도 에어스프링 서스펜션을 달아서 하드테일의 단점을 일부 극복한 방식.  서스펜션을 잠가서 하드테일처럼 탈 수 있은 옵션이 있기도 하다.  하드테일같은 충실한 반응성과 속도를 중시하면서도 앞바퀴에는 신축거리가 좀 더 큰 서스펜션을 채용하고 뒷바퀴에도 서스펜션을 달아서 하드테일보다는 조금 더 험한 지형을 소화할 수 있다.

(3) 트레일 바이크 (Trail Bike)



120-140mm 신축거리의 서스펜션 포크를 달아서 크로스 컨추리급의 속도를 내면서도 내리막에서 더 험한 지형과 큰 낙차를 소화하도록 안정성을 증가시켰다.  예전에는 트레일 바이크라는 종류가 없이 크로스컨추리에서 올마운틴으로 바로 넘어갔었는데 요즘 자전거회사들의 시장 세분화 (marketing segmentation)전략에 따라 새로 도입된 분류인 것 같다.  그렇다고 트레일 바이크라는 제품이 새로 생겨난 것은 아니다.  이미 사람에게 인기가 있던 자전거의 사양에 ‘트레일 바이크’라는 마케팅 코인(coin)을 창안한 것이다.

하루종일 베이지역의 트레일에서 반복되는 오르막과 내리막을 즐기자면, 자전거가 크로스 컨추리처럼 가볍고 빠르면서 올마운틴처럼 험로를 주파할 수 있어야 한다.  트레일 바이크 자전거는 가변식 서스펜션 포크를 써서 지오메트리가 오르막과 내리막 양쪽에 가변적으로 적응할 수 있도록 만들어져 있다. 이건 브랜드 자전거를 파는 프레임 회사의 발명품이 아니고 오래전부터 폭스(Fox)에서 내놓은 탈라스(Talas)같은 방식의 가변식 포크의 발명때문에 가능하게 된 것이다.   탈라스 포크의 경우 오르막에서는 포크를 내려서 신축거리 100mm로, 평지에선 120mm 그리고 내리막에선 140mm로 각각 설정할 수 있다.  자전거의 앞쪽이 낮아지면 크로스 컨추리 자전거처럼 몸이 앞으로 전진하는 공격적인 자세가 되고,  앞쪽을 들어올려주고 서스펜션의 충격흡수거리를 늘려주면 험한 내리막에서의 안정성이 좋아진다.  대부분의 라이더들은 귀찮아서 잘 사용하지 않지만 뒷바퀴 서스펜션도 오르막에서 잠그고  내리막에서만 사용할 수 있는 옵션이 있다.

또 한가지,  요즘의 트레일 바이크는 거의 대부분 드롭 싯포스트 (Drop Seatpost)를 표준사양으로 달고 나온다.  이 싯포스트는 사무실에서 쓰는 회전의자의 높이를 레버로 조절하는 것과 비슷한 원리로 동작한다.  이 싯포스트를 쓰면 오르막이나 평지에선 정상 높이의 안장으로 타고 내리막에선 안장을 내려서 무게중심을 뒷쪽으로 보내는 웨이트 백 (weight back)자세를 쉽게 취할 수 있다.

(4) 올마운틴(All Mountain)




트레일 바이크보다 프레임이 더 튼튼하고 서스펜션 신축거리가 길어서 테크니칼한 급경사 하강과 험한 지형에서의 안정성을 더 중시한 자전거이다.

(5) 다운힐 (Downhill)



200mm 이상 신축거리의 서스펜션을 장착한 무겁고 튼튼한 프레임과 튼튼한 바퀴로 높은 낙차의 거친 내리막에서 점프나 공중동작을 감당할 수 있는 자전거이다.  이 자전거는 거의 내리막 전용이다.  핸들바의 위치가 안장보다 높고 안장의 코가 하늘로 들려져 있어서 내리막 경사에 갖다 놓아야 비로소 수평이 된다.  페달을 밟아서 구동하는 것이 불가능하진 않지만 자전거의 무게와 무게중심이 뒤로 치우쳐진 지오메트리 때문에 장거리 오르막을 등반하는 것은 쉽지 않다.  오르막은 스키 리프트나 차량을 이용하고 여의치 않은 곳에서는 타고 오르기보다는 걸어서 끌고 올라가는 것을 전제로 만든 자전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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