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11/2016

에덴의 동쪽 사이클로크로스 라이드




존 스타인벡이 소설 ‘에덴의 동쪽’을 쓸 때 처음 생각했던 책의 제목은 ‘살리나스 밸리’ 였다. 이 책의 첫장은 살리나스 밸리의 지리와 역사에 대한 서술로 시작한다.
“처음 이곳에는 발명도 문화도 없는 열등한 족속들, 인디언들이 있었다.  사냥이나 고기잡이를 하기에도 너무 게을러서 애벌레와 메뚜기와 조개나 갑각류를 먹고 살았다. 이들은 주울 수 있는 것만 먹을 뿐 아무것도 심지 않았다.  떫은 도토리를 빻아 가루를 만들었다.  그들의 전쟁조차도 맥빠진 판토마임이었다.”
분노의 포도를 썼던 작가 스타인벡의 북미원주민들에 대한 관점이다.  1952년에 쓰여진 글이니 수렵채취 사회의 인류가 농경인류에 비해 더 잘 먹고 잘 살았다는 사실이 알려지기 전이었을 것이다.   마틴 루터 킹의 워싱턴 DC 연설은 11년 후에나 이루어진다.  그전까지는 문명과 인권은 백인만 누릴 수 있는 것이었다.  스타인벡은 도토리묵을 먹어본 적이 없었을테니 이 훌륭한 음식의 가치를 모른다. 도토리는 떫은 맛을 내는 탄닌만 제거하면 지방, 단백질, 탄수화물을 포함하여 사람에게 필요한 모든 영양소를 골고루 갖춘 완전식품이다.
“그 다음엔 강인하고 무정한 스페인 사람들이 와서 탐험을 하고 다녔다.  탐욕스럽고 현실적이었던 그들의 탐욕은 황금 또는 신에 대한 것이었다. 그들은 보석을 수집하듯 영혼을 수집했다.”
수렵채취 인류가 줄곧 살던 땅에 1769년 후니페로 세라(Junipero Serra)’라는 프란치스코 수도회의 수사를 앞세운 스페인의 군대가 들어온다. 알라스카부터 남하하는 러시아에 위협을 느낀 스페인이 알타 캘리포니아(Alta California)의 식민지 권리를 확보하려는 목적이었다. 그 방법은 원주민들을 개종시켜 스페인 왕의 신민을 만드는 것이었다.  샌디에고에서 시작하여 샌프란시스코까지의 주요 거점에 미션을 짓고원주민들을 강제로 이주시켜 살게 했다.  미션과 그에 딸린 토지는 수도회의 재산이 되었고 미션인디언들은 그 땅의 노예가 되었다.  그 미션들을 잇는 길을 ‘왕의 길’(El Camino Real)이라고 불렀다. 미션 인디안들은‘야만’의 풍습과 언어를 버리고 백인들이 유럽에서 데려온 신을 믿어야 했고 스페인어를 배워야 했다. 미션에서 도망친 자들은 군대를 풀어서 잡아다 ‘자식’처럼 때려서 훈육했다.

세라는 육체를 벌하는 것이 영혼을 정화한다고 믿어 수도복 속에 가시 옷을 입고 다니는 사람이었다. 자다가도 죄스러운 생각이 일어나면 스스로에게 매질을 할 수 있도록 갈고리 달린 쇠사슬을 침대 곁에 두고 살았다고 한다.  자식을 때려본 적이 없던 원주민들은 아버지라는 가톨릭신부들이 때리는 것을 이해할 수 없었다.

수집당한 영혼의75%가 새로운 생활에 대한 부적응과 면역력이 없던 유럽산 질병에 걸려 죽어갔다.

이 프란시스칸 수사는 북미 원주민들의 머릿속에 중동 유목민의 신을 주입한 공로를 인정받아 훗날1988년 교황 요한바오로 2세에 의해 시복되었고  2015년 프란시스코 교황의 미국방문을 맞아 시성되었다.

에덴의 동쪽 이야기는 살리나스 밸리의 도시 킹 시티(King City) 동쪽 산기슭에서 시작된다.  소설의 화자는 이곳에서 태어나고 자란 존 스타인벡 자신이다.  소설의 주인공들은 2대에 걸쳐서 카인과 아벨의 모티브를 반복하는 허구의 아담 트래스크 가족이지만 스타인벡의 외할아버지 새뮤얼 해밀턴(Samuel Hamilton)과 어머니 올리브 해밀턴 (Olive Hamilton)은 실명으로 등장한다.

소설엔 화자 자신의 소년시절 경험도 나온다.  독일인 증오가 한창이던 1차 세계대전 당시 어린 누이와 함께 이웃의 독일인에게 “카이저 만세!(Hoch der Kaiser!)”라고 외쳤던 일이다. 그 독일인은 뭔가 말을 하려고 하다가 그만 울음을 터트려버렸고 그제서야 아이들은 자기들이 어떤 끔찍한 일을 저질렀는지 깨달았다. 작가는 그 부끄러운 기억을 떠올리면 지금도 식은 땀이 나고 목구멍이 뻣뻣해진다고 썼다.  상상과 실화를 맘대로 오가는 것은 작가의 권리이지만 이 대목은 작가의 자전적 고백일 것으로 짐작한다.

자전거 라이드는 킹시티의 수퍼마켓 주차장에서 시작한다. 여기서 서쪽으로 파인 캐년(Pine Canyon)을 따라 스타인벡이 “어둡고 우울하고 쌀쌀맞고 위험하다고” 표현한 산타 루시아 (Santa Lucia)산맥을 향해 정면으로 돌진한다. 에덴의 동쪽에서 서쪽으로 가면 에덴이 나올 터이다. 세라핌과 케루빔이 불칼을 들고 지식의 나무를 지키고 있는 무시무시한 그 곳.
“골짜기 동쪽의 가빌란 산맥은 밝고 햇볕과 사랑을 가득한 일종의 초청을 해주는 곳이어서 사랑하는 어머니의 무릎에 오르고 싶듯 그 따뜻한 산자락에 오르고 싶어진다. 이 산들은 갈색 초원의 사랑으로 손짓하여 부른다. 서쪽 하늘에 버티고 선 산타 루시아 산맥은 망망대해로부터 골짜기를 막아준다.  이 산들은 어둡고 우울하고 쌀쌀맞고 위험했다.  나는 항상 서쪽을 무서워하고 동쪽을 사랑하는 자신을 발견했다.”
거의 평지를 달리던 파인캐년 로드는 오르막이 시작되면서 비포장도로로 바뀐다.  가끔씩 지나는 농부들의 트럭에  진흙과 자갈이 단단히 다져진 도로는 도톰한 사이클로 크로스 자전거의 타이어로 달리기에 적당하다.  골짜기에서 시작한 길이 어느새 능선에 올라 붙는다. 고개 마루를 넘어서면 골짜기 전체가 캠프 헌터 리겟 (Hunter-Liggett)에 속한 땅이다. 군대소유의 땅이건만 들어오지 말라는 팻말은 보이지 않는다. 이 부대는 미국육군예비군의 전투지원 및 전투근무지원 부대라고 알려져 있다.

부대 사령부와 마주한 곳에 후니페로 세라의 동상이 지키고 있는 미션 산 안토니오 데 파두아 (Mission San Antonio de Padua)가 있다.  떡갈나무  골짜기(Valley of the oaks)라고 불리우는 이곳에 세라가 들어온 것이 1771년 이었다.  떡갈나무가 많은 곳이니 도토리를 채집해서 생활하는 원주민들도 많았을 것이고 이 독실한 가톨릭 수사에게는 영혼수집의 최적입지로 보였을 것이다.

미션을 출발하여 떡갈나무 사반나 지대를 통과하는 평평한 포장도로는 아름답고 평화롭다.   로드 파드레스 국유림 (Los Padres National Forest)으로 들어가면서 길의 이름이 인디안스 로드(Indians Road)로 바뀐다.  길은 산타 루시아 산맥의 최고봉의 서쪽 사면을 지난다.  이 산에도 유명인사의 이름이 붙어있다 - 후니페로 세라봉(Junipero Serra Peak).

남쪽으로 흐르던 개울이 끊어지고 물이 북쪽으로 흐르기 시작하면 산안토니오강(San Antonio River)과 아로요 세코(Arroyo Seco River) 강의 분수령을 넘은 것이다.  분수령을 지났지만 오르막은 아직도 많이 남았다. 산안토니오쪽은 평평하고 넓은 계곡이지만 아로요 세코쪽은 험준한 협곡이다.  아로요 세코 강은 출발부터 계곡을 후벼파며 아래로 내려가고 자전거길은 협곡을 피해 산 위로 오른다. 아로요 세코는 스페인어로 마른 강이라는 뜻이지만 이름에 걸맞지 않게 상류에서는 일년내내 풍부한 수량을 유지한다.  아로요 세코가 말라붙는 것은 살리나스 밸리에 가까워지면서 강물이 자갈과 모래 아래로 스며들어 지하로 흐르기 때문이다.  

포장도로 끝의 캠프그라운드를 지나면 비포장도로가 시작된다. 이 비포장길을  타고 에스콘디도 (Escondido)캠프그라운드까지 프리어스를 몰고 온 커플에게  운전할만 하더냐고 물었다. 한 군데서 바닥을 긁은 것을 빼고는 문제없었다고 한다.  

에스콘디도를 떠나면 도로에  차단기가 내려져있고 산사태로 인해 길을 폐쇄했다는 안내판이 붙어있다.  차단기 이후의 도로는 풀이 웃자라 싱글트레일로 변했다. 몇번의 스위치백을 거쳐 고도를 올려놓으면 도로는 해발 900미터에서 등고선을 따라 산의 골과 능선을 굽이친다. 험상궂은 산타 루시아 산맥의 풍경이 펼쳐진다.  조금 전까지 작은 시냇물이었던 아로요 세코 강은 어느새 까마득한 발아래 협곡의 하얀 포말로 바뀌었다.

도로가 아로요 세코 계곡으로 하강을 시작하면서 가파른 내리막이 시작된다. 스위치백 도로는 절벽 같은 급사면을 뱀처럼 감으며 굽이치다 협곡의 절벽 위에 선반처럼 걸린 도로를 지난다. 끝나지 않을 것 같은 내리막을 다 내려오면 아로요 세코 캠프장이 나오고 강과 나란히 달리는 포장도로를 따라 살리나스 밸리로 내려간다. 그린필드(Green field)의 광활한 포도밭을 만나면 남쪽 킹시티를 향해 방향을 튼다.

킹시티까지 돌아가는 길은 끝없이 펼쳐진 채소밭이다.  대부분은 상추. 미국에서 소비되는 상추의 90%이상이 캘리포니아에서 나오고 캘리포니아 상추의 대부분이 여기서 나온다. 겉으론 말라붙어버린 것처럼 보이는 살리나스 강은 자갈과 모래의 퇴적층 아래로 스며들어 풍부한 지하수층을 만들어주어 거기서 퍼올린 물이 살리나스밸리를 온통 뒤덮은 채소밭을 적셔준다.

소설 에덴의 동쪽에는 아담 트래스크가 냉장 상추 수송 사업을 처음 시작한 것으로 그려진다.  한겨울의 뉴욕사람들에게 대륙횡단철도를 통해 신선한 캘리포니아의 상추를 팔겠다는 것이었다. 트래스크는 얼음공장을 사들인다. 열차 여섯량에 얼음과 함께 실어보낸 살리나스의 상추는 시에라의 눈사태로 인해 새크라멘토에서 이틀을 머물고서야 시에라 산맥을 넘는다. 미국 중서부 지역의 이상온난기후로 얼음이 녹는 속도는 빨라지고 시카고에서 주문 착오로 5일을 허비한 후에 뉴욕에 도착했을 땐 화물이 모두 못쓰게 되어있었다. 아담 트래스크는 이 사태로 큰 재산을 날린다.

소설의 아담 트래스크는 실패했지만 살리나스 밸리가 미국의 '샐러드 그릇(salad bowl)'이라 불리게 된 것은 얼음공장과 채소농장의 결합이 성공한 덕분이었다. 아이스버그 상추(Iceberg Lettuce)는 살리나스 밸리의 상추에 얼음을 채워 열차로 수송하면서 붙은 이름이다.

채소밭을 타고 남하하는 길은 자전거라기 보다는 마치 범선처럼 바람에 실려가는 육상 세일링이다.
"오후가 되면 마을 위로 바람이 휘파람소리를 내며 불었다. 농부들은 마일에 걸쳐 유칼립터스 방풍림을 심어 쟁기질한 흙이 날려가는 것을 막았다."
한낮의 햇살로 달구어진 내륙에서 발생한 상승기류는 태평양으로 터진 밸리북쪽 부터 바다의 공기를 진공청소기처럼 빨아들인다.  저녁 일곱시가 되었어도 살리나스 밸리의 북풍은 여전히 강하다.  이 바람이 등을 떠밀면 평지에서 페달을 돌리는 시늉만 해도 시속 50km를 넘어버리기 일쑤여서 혹시 속도계가 잘못된 것이지 다시 보게 된다. 바람은 한밤중이 되어서야 잦아들어 "한숨같은" 미풍이 될 터였으나 초저녁을 지나 우리가 킹시티 주차장에 도착할 때까지는 바람이  잦아들 기미를 보이지 않았다.



파인캐년 정상에서 되돌아본 살리나스 밸리


미션 산 미구엘 (Mission San Miguel)에 걸려있는 이 땅을 거쳐간 정치 권력들의 깃발들.
가까운 곳으로부터 멕시코 공화국, 스페인 왕국, 캘리포니아 공화국, 미합중국.

미션 산 미구엘에 있는 후니페로 세라의 동상
미션 산 안토니오 데 파두아 (Mission San Antonio de Padua)

미션의 성당 내부 (앞쪽)


성당 내부 (뒷쪽)

미션 산안토니오의 안마당에 핀 캘리포니아 파피(California poppy)
떡갈나무 사반나 지대를 지나는 Del Venturi Road


봄에 물오른 가지의 무게를 견디지 못하고 부러진 떡갈나무

아로요 세코 로드로 오르는 오르막
산사태에 덮힌 아로요 세코 로드
아로요 세코 강
살리나스 밸리의 포도밭 건너편 석양노을에 비추인 가빌란(Gabilan) 산맥

주제곡 전광용 색소폰 버젼

10/16/2015

올드 웨스트 자전거길 (Old West Scenic Bikeway)

"자전거 타기는 새로운 골프다 (Cycling is the new golf)."  자전거가 예전의 골프를 대체할 대중스포츠가 되리라는 예측이다.

타이거우즈의 전성기와 함께 하던 골프의 성장은 2005년을 정점으로 멈추었고 요즘은 인구가 줄면서 문을 닫는 골프장이 생겨나고 있다.  반면 자전거 인구가 늘어나는 이유는 젊은 세대들이 느긋한 골프보다 활동량이 많은 운동을 좋아하기 때문이라고 한다.  휫빗(Fitbit)과 같은 운동량 기록장치가 잘 팔리는 것도 휫트니스를 추구하는 신세대의 취향을 반영한다.

새로운 추세에 부응하여 자전거 관광을 낙후한 시골 마을들의 경제활성화에 활용하자고 발빠르게 나선 곳이 오레곤 (Oregon)이다. 포틀랜드(Portland)와 유진(Eugene)등 미국에서 가장 자전거 친화적인 도시들을 품고 있는 곳이다 . 곳곳에 바이크 프렌들리 (Bike Friendly) 간판을 내건 자전거 길을 지정하고 "타라, 오레곤을 타라  http://rideoregonride.com" 라는 웹사이트를 만들어서 자전거 관광 홍보를 한다.  동부 오레곤의 산간 벽지 마을 존데이(John Day)에 있는 174마일(280km)의 올드웨스트 씨닉 바이크웨이 (Old West Scenic Bikeway)가 그중의 하나이다.

올드웨스트 바이크웨이를 타려면 존데이에 가야 한다. 존데이 시티, 존데이 강, 데이빌 마을, 존데이 화석층, 이 지역의 강과 마을엔 백인으로서는 이곳에 처음 발을 들여놓았다는 털가죽 사냥꾼의 이름이 들어있다.

존데이 시내 한복판에 "캄와청 (Kam Wah Chung)"이라는 주립 박물관이 있다.  금화중약점(金華中藥店)에서 금화중의 광동식 발음을 영문화한 Kam Wah Chung & Co.라는 간판을 달고 있는 회사의 사옥이다. 백인 인구가 95%를 넘는 카우보이 마을의 복판에 어쩌다 중국인 가게가 이곳에 하나밖에 없는 주립공원이 되었는지 당연한 의문이 든다.

캘리포니아에 이어 존데이 강에서도 금이 발견되자 이 골짜기에 사람들이 몰려들었고 그중엔 수천명의 중국인들도 있었다.  백인들은 처음엔 대륙횡단철도 건설에 투입된 중국인들의 값싼 노동력을 환영했지만 부지런한 중국인들과 금광 경쟁을 하게 되자 대놓고 법을 만들어서 중국인을 차별하기 시작한다.  중국인들은 금을 못캐게 하고 이민을 금지하고 정부나 기업에 취업을 금지시키는 중국인 배척법(Chinese Exclusion Act)이 생겨났다.  1868년에 만들어진 이 인종차별법은 그 후 개악을 거듭하다가 1943년 2차 세계대전에서 중국이 미국의 연합국이 되면서야 폐지되었다. 캄와청은 그 시기를 살았던 중국인들과 이 마을의 개척역사를 담고 있는 기념물이다.


캄와청 건물은 평상시에는 닫혀있다. 이곳에 들어가려면 이 건물 맞은 편에 있는 해설센터 (Kam Wah Chung Interpretive Center)에 가서 매시간마다 레인저가 안내하는 투어에 따라 들어가야 한다.


자전거길은 해설센터 주차장에서 시작한다.  출입문 옆 게시판에 올드웨스트 바이크웨이를 타러 와서 주차하려면 여기 제대로 찾아왔다는 쪽지가 붙어있다.


이곳의 안팎을 두리번거리는 동안 레인저가 나와서 격려와 염려의 말을 해준다.  이곳은 10월에도 낮기온이 30도를 훌쩍 넘고 밤엔 10도 밑으로 떨어져서 추우니까 조심하고 잘다녀오라고.

존데이를 떠나 프레이리 시티까지 20km구간은 곧게 뻗은 US-26 하이웨이이다.  트레일러를 달고 다니는 픽업트럭과 세미트레일러 트럭들이 지나쳐가지만 갓길이 충분히 넓어서 위협을 느끼지는 않는다.  다만 갓길에 널린 유리조각과 강철심이 삐져나온 타이어 파편이 바퀴에 구멍을 내지 않을까 조심스럽다.   이 벽화가 프레이리 시티에 도착했음을 알려준다.



프레이리 시티를 지나면 고도차 600미터를 오르는 딕시고개(Dixie pass)를 넘어야 한다. 짐을 가득 실은 투어링 자전거로는 높고 길게 느껴지는 고갯길이다.  아까 캄와청의 레인저가 경고했던대로 햇볕에 달구어진 아스팔트의 지열로 온도계가 섭씨 37도를 오르내린다.  물병 두개를 가득채우고 패니어에 예비 물병까지 두세개 담아왔건만 물이 소비되는 속도를 보아서는 고개를 넘을 동안 버텨낼지 걱정이다.

고갯길 중턱에 스트로베리 산과 존데이 계곡을 내려다 볼 수 있는 널찍한 전망 포인트가 있다. 여기에 대형 포장마차 모양의 구조물이 있어서 지나가는 운전자들의 시선을 끈다.  존데이 계곡에 들어오는 차량들이 쉬어가면서 경치도 보고 게시판에서 마을 업소들의 포스터를 읽어보라는 시설이다.  게시판은 도로쪽에서는 보이지 않아서 주차장에 차를 세우고 포장마차 안으로 걸어들어가야만 읽을 수 있다. 이런식의 여행자에 대한 배려에 익숙해지면 흉한 현수막을 치렁치렁 걸고 지나다니는 사람들의 안구에 강제로 투입하여 읽게 하는 한국의 길가 풍경이 견디기 어려워진다.

포장마차가 이 지역의 상징물이 된 이유는 이곳이 미국에서 처음으로 포장마차를 이용한 서부 이주가 시작된 곳이 이곳 오레곤 트레일(Oregon Trail)을 통해서이기 때문이다.  영어로는covered wagon이라고 불리우는 이 달구지를 끌고 온 것은 말이 아니라 소였다. 말은 신선한 풀이 없는 장거리 사막 횡단을 견뎌내지 못한다. 소는 느려도 끈기가 있고 풀이 없어도 사막의 세이지브러시를 먹으면서 살아남을 수 있었다.

 

오레곤과 워싱턴의 미국 북서부 해안지역에선 겨울에 축축한 태평양의 공기가 편서풍에 실려 육지에 올라온다.  바람이 캐스케이드 산맥에 부딪히면서 품고있던 습기를 비나 눈으로 바꾸어 퍼부어서 시애틀(Seattle), 포틀랜드(Portland), 유진(Eugene)같은 캐스케이드 서쪽 해안지역의 도시들은 겨우내 비를 달고 산다. 반면 산맥의 동쪽 고원지대는 마른 바람이 지나가면서 초원이나 세이지브러시(sagebrush)로 덮힌스텦(steppe)을 만든다.

캐스케이드를 지나면서 말라버린 대기에서 물을 쥐어짜내자면 더 높은 산이 필요하다.  존데이 지역에는 해발 2,700에 달하는 스트로베리 산을 포함한 우람한 산맥들이 솟아있다.  이 산맥이 하늘을 긁어 눈을 모은다. 그 눈이 녹아 산아래 골짜기를 흐르는 강을 만들고 강물로 풀을 자라게 하여 소를 기르는 것이 이곳의 자연에 적응하여 살아가는 방식이다.

스트로베리 산 (Mt. Strawberry)과 존데이 골짜기

딕시고개 마루에 가까워지면 주변의 풍경이 초원에서 침엽수림으로 바뀐다.  고도가 높아 겨울에 눈이 쌓이는 곳은 나무가 자라는 숲이 되고 낮아서 눈이 금방 녹는 곳은 풀만 자라는 초원이 된다. 

딕시고개를 넘으면 맑은 물이 흐르는 계곡을 따라 노란 가을물이 든 사시나무 숲을 지나는 내리막길이다.  이 내리막이 평평해지는 곳에 US-26 하이웨이와 7번도로가 갈라지는 삼거리가 있다.  길목에 있는 오스틴 하우스(Austin House)는 주유소와 구멍가게와 식당과 술집을 겸한다. 지도상에는 오스틴(Austin)이라고 적혀있지만 도로 휴게소 역할을 하는 이 가게 말고는 사방이 적막한 유령마을이다. 여기서 햄버거 점심을 먹고 물병을 채웠다.

여기서 US-26을 버리고 7번도로를 잠깐 타다가 왼쪽으로 카운티 20번 도로를 만난다.  미들포크 존데이 강이 실개천처럼 흐르는 펑퍼짐한 골짜기를 따라 도로가 나있다. 길이 60km가 넘는 이 평화로운 도로를 지나는 동안 우리와 마주친 차는 손가락 수를 넘지 않았다. 개울가에 캠핑을 나온 어린이들과 어른들이 우릴 향해 손을 흔들고 따라나선 개가 꼬리를 흔들어 반갑게 인사한 것이 그 길에서 만난 사람의 전부였다.






계곡의 바닥을 멋대로 구불거리며 흐르던 실개천이 하류로 가며 이골 저골의 물을 모아 제법 강의 모습을 갖춘다. 그제서야 강이 대지를 깊숙히 깍아내어 절벽이 강을 에워싼  협곡이 된다. 병풍같은 협곡을 여러구비 돌고나면 골짜기 도로가 끝나고 US-395하이웨이를 만난다. 

하이웨이는 리터뷰트(Ritter Butte) 고개를 넘어 롱크릭(Long Creek)의 고원에 오른다. 고갯길을 절반쯤 올랐을 때 서산으로 해가 떨어졌다. 희미한 황혼에 의지하여 간신히 리터뷰트에 오르자 별이 초롱초롱한 그믐밤 하늘에 은하수가 흐른다.  아직도 밤길을 한시간 넘게 달려야 한다.  고원을 가로지르는 개울과 도랑을 건널때마다 도로는 내리막과 오르막을 반복하는 롤러코스터가 된다. 어디가 바닥이고 마루인지 짐작이 안되는 어둠 속에서 롤러코스터를 여러개 넘은 다음에야 마을의 포근한 가로등 불빛 안으로 들어왔다.  . 

농촌 사람들은 해떨어지면 들어가 자고 해뜨면 나와서 일한다.  일곱시면 모든 가게가 문을 닫는다.  한시간 전에 문을 닫아버린 롱크릭 카페의 포치에 앉아 시간을 보내던 중년 사내가 어둠속에서 나타난 우릴 보고는 잰걸음으로 다가와 어떤 상황이냐고 묻는다. 급히 도움을 필요해보였던 모양이다.  이 마을의 공동체 하우스 알로바스(Allovars)에서 밤을 지내기로 그곳의 주인과 이미 연락을 해놓았다는 사정을 얘기하자 그제야 안심이 되었다는 눈치이다.  

남아공의 고향을 떠나 이곳에 왔다는 사내의 사연을 물어보려던 참에 방금 전화했던 알로바스의 주인 아주머니가 트럭을 몰고 나타서는 따라오라 한다. 트럭을 따라 숙소에 도착했다. 주인은 집 안팎을 보여주고 좀 문제가 있다는 샤워꼭지를 어떻게 쓰는지 알려주더니 더 필요한 것이 있냐고 묻는다.  종일 자전거를 타고 난 뒤라 시원한 맥주가 그리운데 이동네 하나뿐인 가게가 벌써 문을 닫았더라, 혹시 영업시간이 지난 뒤에라도 가게 주인에게 청해서 맥주를 사게 해줄 수 있겠냐고 물었다.  주인은 흔쾌히 자기가 사다주겠다며 트럭을 몰고 나가더니 이내 양손에 식스팩을 하나씩 들고 돌아왔다. 

자전거 여행에서 따뜻한 샤워와 차가운 맥주는 극도의 사치이다.  끈적한 땀을 씻어내고 오레곤의 로칼 맥주 데슈트 양조장(Deschutes Brewery)에서 만든 도수 6.8% 인버젼 아이피에이(Inversion IPA) 몇병을 비우고 나니 피로와 졸음이 한꺼번에 몰려온다.  예까지 고갯길을 끌고 올라온 야영장비를 써야만 할 것 같아서 푹신한 침대를 마다하고 낙옆깔린 앞마당에 친 텐트에 들어가 쓰러지고나니 이내 아침이었다. 



알로바스(Allovars)는 인구가 200명이 채 안되는 이 마을에서 자녀들의 방과후 프로그램, 주민 교육과 레크레이션을 목적으로 하는 자선법인이다. 이 자선단체의 경제 원리는 호혜성과 신뢰를 바탕으로 한 "선물경제(Gift Economy)"라고 한다. 선물이란 세상에 태어난 아기들이 어머니에게 받는 것과 같은 것이라고 한다. 자전거를 타고 묵어가는 손님들에게 숙소와 편의를 제공하지만 그 가격이 정해져있지 않다. 대신 손님은 그 취지에 동참하는 기부를 할 수 있다.

마을을 떠나는 길에 어제의 그 사내가 아직 문을 열지 않은 카페 포치에 나와있다가 눈을 마주치니 잘가라는 인사를 한다.  마을을 벗어나자 간밤에 못보았던 고원의 막힘없는 풍경이 눈에 들어왔다. 

Long Creek Plateau

길은 들판을 가로지르고 고원의 끄트머리에서 내리막을 달려 골짜기 바닥의 모뉴먼트(Monument) 마을을 지난다.  어제 떠났던 미들포크 존데이 강이 합류하여 수량이 많아진  노스포크 존데이강이 지나는 마을이다.  여기서부터 도로는 다시 강물의 흐름을 따라 굽이친다.


킴벌리에 이르면 존데이강 남북 두 줄기가 하나로 모여 북쪽의 컬럼비아 강으로 흘러들어간다.  강을 따르는 도로도 여기서 삼거리가 된다.  길목에 존데이 트레이딩 포스트(John Day Trading Post)라는 가게가 있다.  식료품, 잡화점, 우체국, 주유소를 모두 겸하고 있는 곳이다.

Kimberly

John Day River Trading Post at Kimberly

킴벌리를 지나서부터는 존데이강을 거슬러 오르는 길이다. 1%도 안되는 경사보다는 앞에서 턱 막아서는 바람에 맞서는 것이 어렵다. 

오레곤에는 다양한 주제의 관광도로들이 있다.  이 도로의 주제는  "시간여행 (Journey through time)"이다.  우리 우주에서 광속보다 낮은 속도의 모든 공간여행은 동시에 시간여행일 수 밖에 없건만 이 도로가 데려다주는 시간은 두가지이다.  하나는 존데이강이 지나가면서 깍아낸 지층이 보여주는  6천6백만년의 지질학적 시간이고 다른 하나는 2백여년전 루이스와 클락(Lewis and Clark)이 로키산맥을 넘어 지금의 오레곤을 지나 태평양 해안에 도달한 탐험으로부터 시작된 미국 서부개척의 역사적 시간이다.

Kimberly
강물에 깍여 단면이 드러난 커티드럴 락 (Cathedral Rock)부터 존데이 화석지대가 시작된다. 이 지역은 4천4백만년전부터 7백만년전까지의 신생대 동식물 생태가 타임랩스(time lapse) 사진처럼 연속적으로 지층에 기록된 곳이어서 고생물학의 보물창고라 부르는 곳이다.  네 발가락이 있는 작은 말, 검치 호랑이, 코뿔소같은 신생대 포유동물들의 화석이 나온다. 

쉽락(Sheep Rock) 부근에 있는 토마스 콘돈 고생물학 센터 (Thomas Condon Paleontology Center)에 여기서 발굴한 화석이 전시되어있고 유리창너머의 실험실에서 화석처리작업을 하는 모습을 볼 수 있다.  전시장 안에 냉동장치가 된 급수대에서 차가운 물이 나와서 물병을 채웠다.   

Cathedral Rock

Sheep Rock

Thomas Condon Paleontology Center

존데이 화석지대를 지나 상류로 조금 더 가면 픽쳐고어지(picture gorge)라는 협곡을 통과해야 한다.  7차례의 화산분출로 만들어진 용암대지를 존데이 강이 생일 케익처럼 자르면서 만들어진 골짜기이다.  

South entrance to Picture gorge
North entrance to Picture gorge
산은 물을 가르고 물은 산을 넘지 못한다고 했던가?  한국의 지형에서는 경험과 일치하는 상식이지만 미국 서부에는 상식을 뒤엎는 지형이 많이 있다.  사진처럼 산을 단칼로 자르고 지나가는 존데이 강이 그렇고 캐스케이드 산맥을 동강내고 지나가는 웅대한 컬럼비아 강도 그렇다. 샌프란시스코의 금문교와 카키네스해협 (Carquinez strait)도 옛날 새크라멘토 강이 산맥들을 자르고 지나간 흔적이다.  산이 강을 막아 물길을 되돌리기도 하고 강이 산을 뚫어 새 물길을 내기도 한다. 


자전거 투어링을 하다보면 자전거가 여행하기에 최적의 수단이라는 생각이 든다.  자동차 여행은 목적지에 빨리 도착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운전하면서 길에서 보내는 시간은 낭비일 뿐이다.  걸어서 하는 여행은 너무 느려서 지루하다.  

반면 자전거 여행은 길에서 페달을 밟는 여정 자체가 여행의 목적이다.  같은 곳이라도 운전을 하면서 터널시야로 본 것과 자전거를 타고 720도 입체각으로 보는 것은 전혀 다른 곳처럼 느껴진다. 

경주용 자전거는 빨리 달리지만 투어링 자전거는 느긋하다. 무거운 짐과 공기저항 때문에 빨리 가기도 어렵거니와 바삐 가야 할 이유도 없기 때문이다. 한손가락으로도 번쩍 들리는 경주용 자전거와 달리 짐을 실은 투어링 자전거는 한번 눕히면 다시 일으켜 세우기도 버겁다.  이런 무거운 자전거를 타고 움직일 수 있다는 것이 신기하지만 생각해보면  이치는 간단하다.  평지에서 자전거가 받는 저항은 바퀴의 굴림저항과 공기저항일 뿐이므로 평지속도에는 자전거 무게의 영향이 거의 없다.  자전거와 짐의 무게가 영향을 주는 것은 오르막 속도인데 몸무게를 포함한 전체 무게를 고려하면 가득 실은 투어링 자전거는 경주용 자전거에 비해 20-30%정도 더 무거울 뿐이다. 기어비를 낮춰서 20-30% 낮은 속도로 간다면 경주용이나 산악자전거를 타던 평소의 힘으로 충분히 오를 수 있다. 

인터넷도 전화 신호도 없는 곳에서 귓바퀴를 스치는 바람과 발아래로 물처럼 흐르는 도로와 천천히 바뀌는 풍경 속에서 페달과 호흡의 리듬에 잠기는 것이 라이더로서의 즐거움이고, 낯선 곳에서 낯선사람들과 역사와 자연과 문화를 만나는 것이 여행자로서의 즐거움이다.  두가지 즐거움을 모아놓은 것이 자전거 여행이다.

 http://ridewithgps.com/trips/6791492

 http://ridewithgps.com/trips/6791517

7/26/2015

커크우드 스키리조트 / 썬더 마운틴 루프 (Kirkwood Ski Resort / Thunder Mountain loop)

CA-88 하이웨이를 달리다보면 전망이 탁 트인 실버레이크(Silver lake) 분지를 만나게 되고 호수의 동쪽편에 화산암절벽이 병풍처럼 솟아오른 곳이 썬더마운틴이다.   빙하에 깍여나가 하얀 화강암 속살이 뽀얗게 드러난 실버레이크 골짜기 위로 닭의 벼슬처럼 솟은 초콜렛색의 화산암 절벽이 대조를 이룬다. 




썬더마운틴은 머컬럼니 윌더니스(Mokelumne Wilderness)에 인접하였으나 다행히 윌더니스 경계밖에 있어서 자전거의 통행이 허용되어있다.  썬더마운틴쪽의 능선에서 동쪽으로는 커크우드 스키리조트가 경계를 접하고 있다.

라이드는 CA-88 하이웨이가 카슨 스퍼( Carson Spur)를 관통하는 썬더마운틴 트레일헤드(Thunder Mountain Trailhead)에서 시작한다.

해안지역 저고도에서 생활하던 사람들은 대개 해발 2,500미터 부근부터 고소증세를 느끼기 시작한다.  베이지역에서 아침에 출발하여 해발 2,400미터 언저리의 트레일헤드에서 차에서 내린 후 5km를 페달질하는 동안 해발 2,800미터까지 순식간에 고도를 끌어올리는 라이드는 산소결핍이 주는 고통과 황홀경(?)을 경험할 수 있게 해준다.



트레일은 경사가 완만하고 비교적 잘 정비가 되어있어서 별다른 기술없이도 체력과 산소흡입력만 충분하다면 대부분의 구간을 자전거를 탄채로 주파할 수 있도록 되어있다.   일부 험준한 능선을 통과하는 곳에서 자전거를 밀거나 메고 이동해야 하는 구간이 있지만 아주 짧은 구간일 뿐이다.


능선에 올라서면 동쪽사면은 커크우드 리조트의 스키 슬로프이다.  슬로프 뒤로 케이플스 레이크 (Caples Lake)가 내려다보이고 그 너머로 퍼시픽 크레스트 트레일 (Pacific Crest Trail)을 이루는 시에라네바다(Sierra Nevada)주능선의 연봉들이 한눈에 들어오고 레이크 타호(Lake Tahoe)지역의 최고봉인 프릴 피크(Freel Peak)도 보인다.


스키리조트와 경계를 이루는 능선에는 이곳을 넘어가면 죽을 수도 있다는 무시무시한 경고 표지와 함께 눈사태의 위험을 알리는 자세한 안내표지가 서있다.

코스는 기기묘묘한 형태의 화산암 봉우리가 돌출된 능선을 지나 서쪽으로 방향을 틀며 실버레이크를 내려다보며 하강한 후 표지 말뚝이 있는 삼거리에서 호스 캐년 트레일로 우회전하여 하강을 계속한다.  이곳의 내리막 구간은 돌출된 나무뿌리와 굵직하게 노출된 암석과 빗물에 씻겨와서 트레일 바닥에 쌓인 모래와 잘 타협을 해가면서 하강해야 하는 곳이다.  계곡 바닥에 가까워지면 경사가 평평해지면서 기술적 난이도도 해소가 되어 비로소 트레일이 통과하는 주변의 울창한 숲에 주의를 돌릴 여유가 생긴다.

호스캐년 트레일이 끝나는 곳에서 CA-88 하이웨이를 건너 지금은 OHV 트레일로 변해버린 카슨패스 옛길을 타는 등반이 시작된다.   캠프장을 지나면서 카슨패스 옛길을 버리고 캐슬포인트 (Castle Point)능선으로 오르는 가파른 오르막을 탄다.   캐슬포인트 능선의 북쪽은 케이플스 레이크의 물이 내려가는 케이플스 크릭 (Caples Creek)골짜기로 떨어지는 까마득한 화산 퇴적층의 절벽이다.



 군데군데 파란 하늘을 비추는 보석같은 호수가 흩어진 이 골짜기의 절벽이 꼭 화산퇴적물로만 이루어진 것만은 아니다.  한때는 이곳이 쓰레기 하치장으로 쓰였던적이 있는 듯 절벽 가장자리에 트럭이 후진하여 뒷바퀴를 대도록 만든 콘크리트 구조물이 있고 그 너머로 쓰레기를 쏟아부으라는 안내문이 씌어있다.

이 쓰레기장 유적을 지나면 트레일은 CA-88을 향해 하강한다.  CA-88을 만나서 서쪽으로 잠깐 내려오면 길 건너편에 아까 출발했던 썬더마운틴 트레일헤드가 있다.


운행 참고사항

전체 이동 거리: 19.2km
전체 등반 고도: 769m
최고점 해발고도: 2,836m,
최저점 해발고도: 2,180m
식수: 트레일헤드부터 능선구간이 계속되고 9km지점까지는 물을 구할 곳이 없으므로 충분한 식수를 준비할 것.  약 9km부근 호스캐년트레일에 들어서면 맑고 차가운 개울을 지나는 곳이 두어군데 있음.

3/02/2015

헨리 코 에픽 라이드 #1: 공원본부-파체코 캠프 루프 (Henry Coe SP: Coe HQ - Pacheco Camp loop)

헨리 코 주립공원 레인저 스테이션이 있는 공원 본부는 해발 800미터의 산 위에 자리를 잡고 있다.  이곳을 기점과 종점으로 하는 장거리 라이드는 내리막으로 시작하여 지친 몸을 이끌고 긴 오르막으로 마무리를 해야 한다는 부담이 있다.  그때문에 대부분의 산악자전거 라이더들은 북쪽의 산 위에 있는 공원본부쪽 입구보다는 남쪽 골짜기에 있는 헌팅 할로우(Hunting Hollow) 입구에서 라이드를 시작한다. 

공원본부쪽 라이드의 하일라이트는 차이나홀 트레일 (China hole trail) 이다. 표고차 400m의 골짜기를 내려갔다가 계곡을 건너 맞은편 능선으로 올라가는 이 싱글트랙 트레일은 거의 불가능해보이는 급경사면에 이렇게 쉽게 자전거를 타고 오르내릴 수 있는 트레일을 만들 수 있었다는 것이 경이로운 곳이다.  차이나홀을 지나는 골짜기 양쪽의 트레일은 이곳부터 공원본부까지 8km나 되는 꾸준한 오르막의 지루함을 감수할만큼 아름답기도 하다. 

파체코 캠프(Pacheco Camp)는 예전에 소를 치던 목동들의 베이스 캠프같은 곳이다.  헨리코 공원의 한복판에서 여러개의 트레일과 소방도로가 교차하는 곳에 있어서 어지간한 장거리 라이드를 한다면 거의 항상 들러야 하는 트레일 교통의 요지이기도 하다. 캠퍼를 위한 피크닉 테이블도 갖추고 있고 식수기준은 맞추지은 못하지만 어지간한 가뭄이 아니면 년중 끊이지 않는 물로 있다. 필터를 하거나 끓여서 마시는 것은 안전하다.  더울 땐 샤워장까지 있어서 점심을 먹고 쉬어가기에 알맞은 곳이다.  




Middle Ridge Trail

Willow Ridge
Coit Road